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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하며 드는 생각

유학은 왜 할까?

by 국제방랑청년 2018. 7. 1.


유학은 왜 할까?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하면서 떠오른 질문이다. 이때까지 생각없이 지내지는 않았지만 딱히 이 질문이 떠오르진 않았다. 유학을 하는 이유로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는 외국어 습득,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과정, 여행, 경험 등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보자면, 유학생활은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즉, 내 자아형성과정의 큰 부분이라는 뜻이다. 우선 유학이란 물리적으로 고향을 떠나, 가족들과 떨어져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타지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때까지 직면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면서 이때까지와는 다른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일단 말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언어에 익숙하건 익숙하지 않건, 지금까지 해왔던 리액션, 톤, 혀의 꼬임, 발음 등이 전부 바뀌므로 내 자신도 다르게 행동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에는 유튜브에서 장동선 박사의 강의를 들었는데, 두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은 말하는 언어를 바꿀 때마다 뇌과학적으로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사용하는 언어가 바뀐다고 그 사람도 바뀌는 것이라니. 언어란 참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언어 안에 역사, 문화 등이 다 녹아 있다.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해 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영어는 반말이나 존댓말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말을 걸 수 있다. 반면에 한국어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어로 생각하는 순간, 상대방의 직책, 나이, 호칭, 존경어 겸양어 등을 생각해야만 한다. 유교와 성리학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유학을 하면 많은 "다름"과 직면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언어도 다르고, 주변 사람들과 외형적으로도 다르며, 종교, 문화, 역사, 음식, 행동 지침 등등 모든 게 다르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난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뭔가 역사적, 문화적 이유가 있는 건가?" 물론 한국에서도 주변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교류하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 "다름"과 이 "다름"은 차원히 다르다. 나에 대해서 질문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유럽 대륙을 보면 상당히 복잡하다. 한 국가는 다른 많은 국가들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민들은 예전부터 애국심이 강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때까지만 해도 유럽의 국가주의와 애국심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고 한다. 각자의 언어와 문화가 있었지만 국가주의에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 연이어 오스만 제국의 침입을 받아 너무 많은 "다름"과 직면하다 보니, 애국심과 국가주의가 강해졌다고 한다.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다름" 혹은 "외부 자극"을 인지하면서 본인은 물론 본인이 속하는 문화권, 사용하는 언어, 먹는 음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애국심이 생기기도 하고, 한국인으로서의 본인, 유학생으로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 이 지역 사람들과는 너무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인지하게 된다. 이게 자아 형성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수많은 낯선 상황에 직면하다 보니 새로운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나의 독특함을 인정하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그 전의 깨달음들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난 계속 내 자신을 새로운 상황에 놓고 싶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한다거나, 여행을 다닌다거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학위를 딴다거나. 난 계속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