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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하며 드는 생각

미국 문화 - 미국 음식과 한국 음식

by 국제방랑청년 2018. 8. 16.

'미국 음식'하면 떠오르는 게 많을 것이다. 샌드위치, 치즈, 햄버거, 피자, mac and cheese, 베이컨에 계란 후라이, 펜케이크 등등.. 난 미국에 오기 전에 미국의 여러 가지 면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 하나가 음식이었다. 아마 미국 드라마라던가 우리나라 예능에서 '미국식 아침식사' 등으로 환상적으로 묘사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달달한 펜케이크와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 2012년 처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그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위스콘신은 치즈와 맥주로 유명하다. 독일인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나온 "miller" 밀러 맥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치즈 생산량은 미국 최대이다. 며칠 전에 미생물학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위스콘신에서 생산되는 치즈가 전 유럽에서 생산되는 치즈를 능가한다고 한다. 정말 놀랐다.. 유럽 연합도 1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시장인데.. 치즈를 정말 좋아하나보다. 위스콘신에 도착해서 월마트나 whole food 등에 돌아다닐 때, 톰과제리나 미국 만화에서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치즈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가 보면 상당히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어린 마음에 그때는 피했던 것 같다 ㅎㅎ. 아무튼, 처음 왔을 때는 이리저리 식당 탐방을 다니며 미국 음식을 시식해봤다. 베이컨에 스크램블 에그, 각종 콩 요리, 펜케이크, 햄버거 등등.. 




처음엔 정말 좋았다. 일본 유학시절에는 이런 걸 별로 먹어보지 못했고, 비쌌기 때문에 (미국도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가게에 갈 생각도 별로 안했었는데 여기에서는 교내 식당에서도 흔히 이런 것을 먹고 있으니까 신선했다. 팬케이크는 특히 정말 맛있었다. 지금은 거의 끊은 상태지만, 난 단 음식을 너무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펜케이크는 처음 몇 개월 동안은 거의 매일 먹었던 것 같다. 가끔씩은 펜케이크 전문 레스토랑에 가서 만 원 정도를 내고 맛있는 펜케이크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끝내줬다... 가끔씩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음식에 대한 불만은 별로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음식이 정말 싫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1년째 공부하면서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중국 음식은 어디에나 있고, 밀워키에도 한인 식당이 2~3군데는 있었다. 그리고 각종 유럽 음식점도 많다. 하지만 음식값이 비싼 데다가 팁까지 줘야 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가는 게 쉽지가 않았다. 교내 식당의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갈수록 음식이 너무 짜고,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인 입맛의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그랬다. 2학년 때 1학기 동안 부엌이 있는 기숙사에서 살았었는데, 그 때는 주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차라리 카페테리아에서 먹는 것보다는 라면을 먹는 게 나았다. 음식이 정말 맛없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저녁 때 한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시장했다.  밤에는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 나를 생각해서 엄마가 간단하게 상을 차려주셨다. 밥 공기, 콩자반, 김, 김치, 깍두기 등등이었다. 이것만 해도 나한테는 진수성찬이었다. 한 숟갈을 뜨자 눈물이 나왔다. 이 음식이 너무 그리웠다. 한국 음식, 엄마가 해주신 밥.. 곁에 부모님도 계시고 편한 우리집에서 먹었기 때문에 감정이 더 올라왔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인공 조미료나 설탕으로 만들어진 달고 느끼한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게 아닌 적절한 효소와 발효 등 우리나라 특유의 조리 방식으로 만든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니까 힘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입대를 했는데, 난 사람들이 말하는 '맛없는 짬밥'도 맛있게 먹었다. 짬밥이라도 미국 음식이 아니면 됐다.

제대를 하고 헨드릭스로 왔다. 다시 미국 음식을 접했는데, 역시 오랜만이다보니 처음 두 달 정도는 먹을 만 했다. 카페테리아도 위스콘신에서 다니던 대학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꽤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느끼한 음식들이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음식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국토가 넓고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이 나라에는 왜 음식문화가 이 모양일까?" 분명히 미국에는 사막기후부터 아열대, 온대 냉대까지 다양한 기후가 있고, 산악지대와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런데 왜 햄버거와 땅콩쨈 식빵과 피자를 즐겨 먹는지 모르겠다. 몸에 좋은 음식은 샐러드 등 정도인 것 같다.. 미국 음식을 먹다가 한국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간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비스킷, 커피, 초콜렛 등으로 여기에서는 한 끼식사로 때우는 사람들도 많다.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문화가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중요시 생각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역사가 짧고,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음식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역사에 굴곡이 많이 없었다고나 할까? 한국에서도 많은 음식이 고난을 거듭하며 탄생했다. 한국전쟁 때부터 국밥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안동에서는 헛제삿밥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1970년대 때부터 탄생한 순대, 막창, 춘천 닭갈비 등에도 힘겹고 어두운 역사가 있다. (나도 한국 음식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

레시피를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알고 있고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미국 음식을 만드는 데는 대부분 발효나 삭힘, 절임 등 별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치즈 빼고). 대개 정제된 밀가루와 합성 조미료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든다. 자극적이고 강한 맛이 나고, 느끼하다. 미국 친구들은 이런 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니다.. 솔직히 미국에서 평생을 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첫째는 의료비 때문이고 둘째가 음식 때문이다. 

지난 가을, 미국 음식에 대한 아주 심한 반감이 들어서 며칠 동안 라면만 먹었던 적이 있다. 기름진 음식, 달고 짠 음식들은 꼴도 보기 싫었다. 가끔 쉬면서 유튜브를 보다가 한국 먹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침을 흘린 적이 많았다. 다른 아시아 음식을 보면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미국 음식은 정말 아니다. 대학 교내 식당 뿐만이 아니라 주변 식당을 돌아다녀도 별로 맛이 없다. 너무 비싸서 솔직히 돈이 아깝고, 차라리 한국에서 집 앞 국밥집에 가서 7,000원짜리 순대국밥을 시켜먹는 게 훨씬 낫다. 단지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이런 반감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음식이 꽤 먹을 만 했으니까...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으아.. 완전 군침..)

난 이번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시간이 나는 대로 엄마께 요리를 많이 배워서 왔다. 작은 동네에서도 아시안 마켓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재료는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다. 알맞은 음식 섭취는 해외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아시아 국가에 있거나, 방학때마다 한국에 들어간다면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나처럼 한국에 자주 가지 못한다면 내게 맞는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해외생활을 오래 하려면 버틸 힘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음식 섭취를 하지 못한다면 향수병이 올 수도 있고, 공부할 때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들이 나를 습격하기 시작한다면 학교 생활에 지장이 갈 수도 있고, 이유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기력증이 오거나 할 수도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고향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자기관리의 하나라고 난 생각한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해외유학은 '다름'을 인식하면서 나와 내가 속한 문화권을 더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 미국 음식과 한국 음식을 비교하면서 이 글에서 언급했던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조만간 음식문화에 관한 책도 읽으면서 공부를 조금 더 하려고 한다. 이런 게 나와 한국, 미국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문화권이 전혀 다른 나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은 꼭 배워서 가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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