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리버럴 아츠 칼리지
  • 헨드릭스 대학교
  • 헨드릭스 캠퍼스에 있는 분수와
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

리버럴 아츠 칼리지 적응기

by 국제방랑청년 2018. 7. 23.

안녕하세요, 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 유학중인 준이입니다. 요즘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있습니다. 질문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그들 중 대부분이 어떻게 주립대학으로부터의 편입생으로서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적응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리버럴 아츠 칼리지 적응기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사실 미국 주립대학에서 3학기 동안 공부를 하고, 입대를 했습니다. 졸업하고 입대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대학원 입학 전, 2년의 복무생활로 인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상당히 잊어버린 상태에서 대학원을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의무복무를 얼른 마치고 대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바로 가자! 라는 생각으로 입대를 했지요. 그래서 전역하고 3개월 후,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유독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뇌가 일단 공부 모드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멘붕이었던 게, 영어를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군대에서 나름 영어 공부를 한다고 휴가 때마다 미드도 보고, mp3에 영어 파일도 다운받아가서 듣고, 원서도 가끔 읽었지만... 바쁜 일정 상 영어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미국에 처음 올 때는 말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여름학교 영어 집중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다시 되돌리고 본 학기에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공부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때 정말 뼈져리게 느꼈죠. 언어 공부 한번 하면 머릿속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오랜 기간 동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요. 읽고 쓰는 게 느려도, 계속해서 읽고 썼습니다. 친구들하고도 많이 얘기하도록 노력했구요,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서 영어공부도 따로 했습니다. 그러더니 점점 빨라지더군요. 공부도 조금씩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고,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죠. 제가 언어 얘기를 한 이유는, 한국에서의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언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교환학생과 국제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언어 때문에 미국 학생들보다 공부 속도가 느리다 보니, 더 힘들 수밖에 없죠. 그래서 한국에서 준비를 하실 때, 원서를 많이 읽는 연습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원서를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휘력이 늘기 때문입니다. 단어장으로 어휘를 익히는 것과 원서로 어휘를 공부하는 것은 차원히 다릅니다. 원서를 읽을 때는, 영어를 원어로 쓰고 있는 작가가 어떻게 그 단어를 이 문단에서 활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훨씬 더 잘 들어오죠. 아무리 어휘력이 늘어도 책에 모르는 단어는 있기 마련입니다. 원서를 읽는 연습을 한다면,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문맥에서 파악하는 훈련 또한 가능합니다. 이 능력이 많은 자료를 단시간에 읽어야 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속독 연습도 되지요. 

제가 읽기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쓰기 때문입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는 정말 많이 써야합니다. 어떤 것을 할 때 뭔가를 써야 합니다. 심지어는 수학 수업에서도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야 합니다. 보통은 대학 3~4학년쯤 되야 졸업 논문 준비 등으로 수학 수업에서도 쓰기를 시작할 텐데, 여기에서는 1학년 수업에서도 쓰기를 시켜요. 제가 주립 대학에서 그리고 여기 리버럴 아츠에서 미적분 수업을 하나씩 들었는데요, 주립 대학에서는 강의 듣고 문제만 풀었고, 여기에서는 강의 듣고, 문제도 풀고, 친구들과 그룹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모여서 고난도 문제를 글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죠. 하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글로 제가 세운 공식을 풀어나가면서 이해력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걸 친구들과 말로 의논하는 과정에서도 "아하!" 하면서 이해가 될 때가 있구요. 과학 수업에서도 물론 랩 리포트를 많이 써야 했고, 독일어 수업에서도 은근 많은 에세이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쓸 때는 좀 고통스럽습니다.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자료조사도 많이 해야합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정말 큰 부담이죠. 하지만 학기가 끝나면 알 수 있어요. 글을 쓰지 않은 주제보다 글을 썼던 주제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요.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물론 글쓰기 과제가 별로 없는 수업도 있지만, 저는 글쓰기 과제가 있는 수업에서 좀 더 성취감을 느껴요. 한 수업을 듣고, 성적표와는 다른 나만의 기록을 남기는 과정이랄까요? 이런 게 좋습니다.

제가 두번째로 애를 먹었던 건 시간 관리였어요. 처음에 헨드릭스에 도착했을 때, 수업을 4개만 듣는다는 말을 듣고, "엥? 이 학교 조금 쉬운 학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립 대학교에서는 수업 4개가 보통이고, 많으면 6~7개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4개도 엄청납니다.. 수업 자체도 어렵게 짜여졌다는 생각도 들었고, 읽기, 쓰기 등 과제가 많은 데다가 시험과 퀴즈 준비도 해야 했으니까요. 처음에는 과제에만 투자해도 개인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첫 학기에는 잠도 많이 못 자고, 도서관에서 힘든 과제들과 씨름해야했기 때문에 힘들었죠. 정말 지쳤습니다. 주변에서 시간 관리를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잘 해결됐어요. 주변 친구들한테 조언도 많이 구하고, 지도 교수에게도 상담을 구해보고, 효율적인 공부법을 계속 연구했어요.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던 과제가, 이제는 짧은 시간안에 끝내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결국 시간 관리에는 효율적인 일처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처음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도착할 때에 비하면 시간 관리에 많이 능숙해져서 좋습니다. 결국 열쇠는 자기 관리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적응기간에는 알바나 다른 클럽활동은 제쳐두고 일단 수업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물론 교내 근로나 클럽활동은 과외활동의 하나로 본인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는 있지만, 일단 성적이 엉망이면 무용지물이예요. 혹시 성적관리가 잘 안되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대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를 수도 있는 데다가, 대학교 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적응기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이 학교에서만의 공부 방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너무 힘들어져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는 당연히 힘들어지고, 과제의 양이나 질도 훨씬 높아지니까요. 그러므로 최소한 첫 학기때는 알바나 과외활동은 다 제쳐두고, 일단 공부에 집중을 하시는 게 좋아요. 일단 수업이 잘 진행되어야 다른 일도 마음 놓고 할 수 있답니다.


이때까지 제 포스팅들을 보고, 몇몇 분들에게 기대감보다는 걱정을 끼치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는 다소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서, 자신에게 좀 엄격한 편이라 "내가 이렇게 준비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심정으로 그 때를 되돌아보고 있는 거예요. 그때 힘들어하던 저도 이렇게 지금 잘 적응하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힘들수록 사람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서 적응하기 마련이니까요.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쪽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