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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

헨드릭스 생활을 돌아보며... 나의 진로 (1)

by 국제방랑청년 2019. 5. 31.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 있다. 러시아 항공사인 S7을 타고 있는데, 구글 리뷰대로 나쁘지 않다. 승무원들과 직원들도 친절하고, 기내식도 맛있다. 내 현재 좌석은 6F, 오른쪽 창가 좌석인데, 운 좋게도 바로 옆자리가 비어서 안 그래도 넓은 자리가 훨씬 더 넓어졌다. 로마 시각으로 345분에 비행기를 타서 지금은 7시를 가리키고 있으니, 모스크바에 도착하려면 약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30분 쪽잠을 잔 것을 제외하고는 밀린 일기를 쓰거나, 간단히 영어 공부를 하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훑어봤다. 남은 시간에는 블로그를 좀 써볼까 해서 주제를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내 진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비행기 무쟈게 흔들린다주여…).

 

꿈찾기!

예전 포스팅에서도 한 번 언급했듯이, 난 고등학교 졸업에서 대학교 입학 시점에서 전과를 한 학생이었다. 일본에서 고3 생활을 보내며 EJU(일본유학시험) 준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난 디지털 마케팅, 경영, 회계쪽을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 준비반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면접 연습도 많이 시켜줬는데,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대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딱히 이 영역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해서 좀 더 공부를 한 후,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며 지낼 생각이었다 (이 사이 비행기를 갈아탔다. 똑같은 항공사 Irkutsk).

이과보다는 이 전공들이 취업에 훨씬 유리하다고 주변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꿈을 좇기보다는 현실에 순응한 학생이었다. 일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내 여가활동 중 하나는, 이케부쿠로에 있는 준쿠로서점에 다니는 것이었다. 내가 머물렀던 스가모 역에서 가까운 데다가, 서점에 드나들면서 흥미로운 책을 탐독하는 걸 좋아한다. 서점에서 내가 대학에서 공부할 영역의 서적들을 훑어보았다. 이 책들을 아무리 읽어봐도 재미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이 영역이 내 인생을 바칠 만큼 내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몇 주간 수업을 들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오전에는 일본어 수업, 오후에는 선택과목 수업으로 사회과학과 역사를 들었는데, 사회과학 수업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느라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 전공을 바꾸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이 쪽이 아니야.”

그러면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한 번 생각해봤다. 건축가, 엔지니어, 과학자.. 등등. 아직 부모님과 일본 학교 측에 상의도 안 해봤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 뿐이었지만, 이렇게 장래희망을 다시 생각해보니까 왠지 모르게 굉장히 즐거웠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쁨과, 멋진 배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그리고 남들의 기대에 맞춰서 결정해왔던 인생을 내가 직접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했던 것 같다.

 

건축가와 엔지니어는 지금 내 상황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막연히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내 장래희망으로 선택하는 것은 너무 철이 없어 보였다. 과학자가 정말 강하게 끌렸다. 과학을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난 예전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는 과학에 관한 만화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아는 게 많은 과학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과학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워 나갔다. 과학수업도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사춘기 시절, 회계와 경영으로 먹고 살 거라 결정한 후, 과학을 완전히 놓고 말았다. 공부를 억지로 했던 시절이라 필요 없는 공부는 하지도 말자라는 쓸데없는 반항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말 그 철없는 시절을 후회하고 있다.

물리학....?

과학에서도 물론 여러 가지 분야가 있지만, 내가 관심있는 쪽은 물리학, 우주학, 생물학 등이었다. 다른 여느 아이들처럼 우주학이나 물리학이 가장 끌렸지만, 아직도 먹고 살 걱정을 했기에.. 배경지식도 너무 없는 이 선택지들은 너무 불안해 보였다. 일단은 생물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혹시나 마음이 바뀐다면 전과를 하던가 부전공으로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어렸을 때 산에서 살았고, 우리 몸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생물학에도 흥미는 상당했고, 과학영역 중의 하나인 데다가,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때도 유리해 보였기 때문에 생물학을 선택했던 것 같다 (연구가 안 맞으면 의대로 가면 된다는 달콤한 설득을 하면 되니까…).

생물학!

꽤 힘든 결정이었다. 일본에서 아직 그렇게 길게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정말 열심히 했던 덕에, 일본어 실력은 JLPT N1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과학 공부를 오랫동안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이때까지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쏟았던 시간들이 아깝기도 했다.

오랜 시간의 고민 후, 대학입학시험이 4~6주 정도 남았을 때,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서 그동안의 생각을 전부 말씀드렸다. 대학 시험을 앞두고 큰 결정이었기에 반대에 부딪힐 줄 알았지만 부모님이 의외로 내 결정을 지지해주셨다. 그래도 대학입학시험이 얼마 안 남았고, 나중에 마음이 또 바뀔지도 모르니, EJUJLPT N1까지는 일단 보기로 했다. 그 후에 한국에 잠깐 돌아가서, 과학 기초를 다지고 6 EJU를 다시 준비해볼 생각이었다 (우리나라 수능는 1년에 한 번 있지만 EJU6, 11월 연 2번이다). 11월에 있었던 EJU 12월 초에 있었던 JLPT N1을 꽤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마친 후, 한국에 귀국했는데, 그 때 미국 유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 미국 유학의 길로 올랐다. 과학을 공부하는 데 영어로 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좋은 선택지였고, 미국 대학은 전과를 하는 데 일본 대학이나 한국 대학보다 훨씬 더 유연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고뇌하고 있던 나에게는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제 진로 이야기는 다음에도 계속됩니다 ^^ 재밌게 보셨다면 공감과 구독 클릭 부탁드려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많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