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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

4학년 1학기 마무리

by 국제방랑청년 2018. 12. 23.

드디어 겨울방학.. 오랜만에 블로그로 돌아왔다. 그동안 과제, 시험, 그리고 연구에 시달리다 보니 블로그 관리에 좀 소홀했다. 마지막 글을 쓴 게, 9월 9일... 그래도 10월까지는 글을 쓴 줄 알았는데 안 쓴지 벌써 세 달이 넘었다니.. 학교 공부에 어지간히 시달렸나 보다. 그래도 학기는 그런대로 잘 마무리 했다. 후회되는 점도 많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았지만 배운 점 또한 정말 많았다. 


내 전공은 생물학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고3때까지는 자연과학을 전공할 생각이 없었다. 경제, 경영, 회계, 비즈니스 이런 쪽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3 시절, 일본에서 공부하던 중 내 미래에 대해서 고뇌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과학을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생물학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결정을 내리고 미국으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사회과학에서 자연과학으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과학적 배경지식이 매우 부족했다.. 일본 학교에 다닐 때는 사회과학 전공자들은 과학 수업에서 제외시켰고, 한국에 있을 때도 과학수업을 듣지 않아도 무방했다 (그때는 내가 과학을 전공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과학 공부에는 흥미도 없었다). 

언제까지나 내 과거와 배경지식 탓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영향이 크긴 한 듯 하다. 중학교 과학에서 바로 대학교 과학으로 넘어온 셈이니까... 시험준비 전략, 각 과목의 공부법도 잘 몰랐으며 과학 전공자들의 대학교 수강 신청, 그리고 진로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대학교 레벨의 과학에 뛰어들어서 내 스스로 배워야 했다. 처음 미국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경쟁을 해야 했던 건 아니지만, 헨드릭스 과학 전공자 대부분이 AP (Advanced Placement: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선택으로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고, 어느 정도의 AP 시험 점수가 있다면, 대학교에서 해당 수업의 학점을 받을 수 있다. 학점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학교 1~2학년의 수업을 미리 듣고 온 셈이니 수업을 듣는 데 훨씬 수월하다) 수업을 빵빵하게 듣고 (어떤 친구는 AP 17과목을 듣고 왔다고 한다...) 대학에 오기 때문에 (특히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보다 두세배 더 공부해야 했고,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다. 실험실이나 연구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간단히 말해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몰랐다.

수학이나 인문학, 사회과학을 공부할 때 이렇게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과목들에서는 많은 스트레스 없이 A를 맞았고, 공부하기도 훨씬 수월했다. (수학 수업도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고1 수학을 끝내고, 지수와 로그까지는 배웠다..) 그래서 대학 전의 삶에 대한 후회도 많았다... 내가 그때부터 진로를 알았더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힘들 때는 주변 미국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고 (친구들이 좋은 충고도 많이 해주고, 공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 과학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읽어보기도 했다. 몇년 전에 읽었던 최재천 동물행동학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대학교 3학년때까지 과학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학생이 대학교 4학년 때 본인의 삶의 방향을 찾고,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해서 과학과 사랑에 빠졌다. 그 또한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공부하지 못했던 과학 지식들을 대학원 초기 시절에 전부 흡수, 소화했다고 한다.. 감히 그분과 나를 비교해서 생각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위로가 되고, 힘이 나고,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힘들었지만 배운 점도 확실히 많다. 세포 생물학, 식물학, 유전학, 고급 세포 생물학, 생화학, 미생물학, 진화학, 생태학 등의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확실히 과학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도 어려워지고 요구하는 점도 많아지지만, 수업의 깊이가 나를 더 과학이라는 학문에 더욱 더 매료시킨다. 배울수록 재미있고, 생물 공부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 또한 재미있다. 확실히 수업이 어려워지는 게 느껴지지만, 그 전에 열심히 공부해 둔 지식을 바탕으로 이 개념이 이해가 가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한 깊은 질문 또한 떠오르기도 한다 (초기에는 질문을 한다는 것 조차 버거웠다. 개념을 이해하고 외우는 데만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그리고 학기 연구와 실험실 프로젝트에서도 좀 어려움이 많았지만.. 갈수록 지식발견의 진가를 알아보게되는 것 같다. 이번 고급 세포 생물학 마지막 프로젝트로 연구 제안서를 써서 제출했는데, 어떤 가정(hypothesis)을 어떤 실험과 방법으로 증명 혹은 반증할 것인가? 이 프로젝트에서 그 실험의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인가?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등등의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면서 썼다.. 이 과정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독자분들께 내가 힘든 점에 대해 불평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내가 학기 중의 느낀점의 아주 일부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공유하고 싶었고, 또 나처럼 진로를 바꾼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해서 몇 자 적어봤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거나, 본인의 고민을 공유하고 싶으신 분, 언제든지 쪽지나 댓글 남겨주세요!)

겨울방학이 시작한 이래로는 독일 대학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동안 못 읽었던 책도 좀 읽고.. 쉬고.. 운동하고, 드라마도 좀 보고 ㅎㅎ. 독일 대학원 지원서 마감일이 2월달부터 9월달까지 꽤 퍼져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는 않지만.. 1차,2차,3차 서류과정을 거치려면, 꽤 많은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