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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

헨드릭스 생활을 돌아보며.. 나의 진로 (2)

by 국제방랑청년 2019. 6. 2.

그렇게 미국 대학에서 생물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위스콘신 주립대). 배경지식이 너무 없었고 과학 공부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생각대로 쉽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생물학 공부는 재미있었고, 몇 권의 과학서적 탐독과 인터넷 조사, 사색의 결과로 미생물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분야의 미생물학 (박테리아학, 바이러스학, 세균류, 기생충)을 공부할 지는 헨드릭스에서의 3학년이 끝날 때까지도 몰랐다.

작지만 가장 오래된 생명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

대학교 3학년 때, 헨드릭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불안감이 찾아왔다. 2년 뒤에는 대학원에 가야 할 텐데, 아직도 미생물학의 분야안에서 희망영역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하고 싶은 영역을 찾지 못하면 대학원 원서 제출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수업 계획 등을 상의해 볼 겸 해서. 교수님 몇 분과 상의해봤다. 내 미생물학 교수님인 Dr. Sutherland와 고급 세포 생물학 실험실 교수님이시자, 갑상선암 연구를 하고 계시는 Dr. MacDonald께서는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급할 거 없이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 두분 다 대학원에 가서야 본인의 진로를 찾았다는 말씀을 하면서 나를 위로해 주셨다.

내 고민 상담 뿐 아니라,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움이 될 대학교 수업들 또한 추천해 주셨다.

서덜랜드 교수님은 대학 졸업 후 미 해군에 입대하셨다. 해군 병원 실험실에서 일하시면서 면역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대학원에 지원하셨다. 맥도날드 교수님은 헨드릭스 졸업 후,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면서 암 학자의 길을 찾으셨다고 한다. 두 분의 말씀을 듣고 안심이 됐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아직도 불안했다. 다른 뛰어난 학생들은 이미 본인의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논문도 쓰고, 학회 발표도 하면서 연구 성과를 이미 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해봤자 마음만 어지러워질 뿐 불안감이 해결되지는 않았기에, 일단은 수업을 열심히 듣기로 했다. 그러면서 3학년이 지나갔다.

대학원 입학 시 연구 실적이 필수는 아니지만, 연구 경험이 선발에 굉장한 이점이 된다.

 

 

4학년에 접어들어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개인 연구를 시작하고, 여러 분야의 연구 논문을 읽고, 학사 소논문을 쓰고, 연구제안서를 쓰고, 세미나에서 미생물학을 주제로 발표도 하고,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도 하면서, 드디어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냈다. 우리 몸의 미생물군. 세미나 발표와 연구제안서가 진로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 두 프로젝트에 몰두하면서 이에 대한 논문을 많이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고, 내가 학자들의연구를 직접 비판하고 새로운 연구 계획을 세우면서, 이거다! 라고 확 다가왔다

학부 때, 프리젠테이션도 많이 해봐야 한다.

아직 우리는 미생물군에 대해서는 많이 모른다. 우리의 내장에만 10~100조의 미생물군이 살고 있고,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할 뿐 아니라 면역 체계, 심리 등 영향력이 매우 크다. 최근 내장미생물군 연구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논문도 보면 흥미로운 발견은 대개 최근에 나온 것이 많다. 과거의 논문들은 주로 배경지식을 다룬 것이다. 하지만 박테리아의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미생물군은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에도 매우 중요하다.

신기한 건, 내장미생물군보다 피부미생물군에 대해 우리는 더 모른다는 것이다. 샘플 채취의 어려움 때문이다. 장내미생물균은 똥을 조사하면 되지만, 피부 미생물군은 진피에서 채취를 해야 하는데, 누가 본인의 진피를 도려내서 실험용 샘플로 제출하겠는가그리고 팔, 가슴, 겨드랑이 등 어디의 피부이느냐에 따라 다른 미생물군이 분포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수 장내미생물균 혹은 피부미생물군의 존재가 어떤 분자 생성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한다. 난 이 주제에 대해 연구 제안서를 썼다. 특정 박테리아의 존재가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함으로써 면역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몇 가지의 실험을 제시했다.

 피부 미생물군의 전체상. 

수업과 연구관련 일뿐만이 아니라, 독일 대학원 지원서류를 작성할 때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지원서류에 motivation essay (미국에서는 personal statement 라고도 불림)라는 해당 프로그램 지원동기, 본인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 등을 서술해서 제출해야 하는 게 있다. 독일 대학원 서류는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지난 1월의 에세이와 지금의 에세이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내 연구 목표에서 차이가 보인다. 대학원 입학 전 여름방학 때는 미생물군 논문을 좀 많이 읽어보면서 배경지식을 좀 더 탄탄히 쌓고, 최근의 연구동향과 흥미로운 발견 등을 공부할 생각이다. 대학원에서 석사논문과 연구지원서를 쓸 때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게 말이다.

꿈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는, 교수님들이 내게 말씀해주셨듯이, 조급해 할 필요 없다. 너무 꿈을 못 찾는다고 불안해하면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좋은 아이디어도 본인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다. 본인의 할 일에 집중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또한 전과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찾아냈다면 (오랜 고뇌와 조사를 통해) 하루빨리 전환하는 게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비슷한 분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남들보다 몇 배 노력해야 잘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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