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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교환학생

미국 대학생활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생활의 비교

by 국제방랑청년 2018. 7. 9.

(이 글은 미국 대학과 영국 대학을 일반화하여 비교한 것이 아니라, 옥스퍼드와 헨드릭스, 위스콘신 주립대 등에서 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옥스퍼드의 교환학생 학기가 끝난 지도 벌써 3개월쯤 되었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여름학교 생활을 시작한 지금, 그리고 다가오는 4학년을 생각하고 있는 이 시점, 옥스퍼드에서의 생활이 굉장히 그립다. 옥스퍼드 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인 명문대이다. 사람들은 종종 명문대 학생일수록 빡빡한 수업 스케줄에 엄청난 양의 과제때문에 거의 모든 시간을 책상에 앉아서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옥스퍼드 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나는 옥스퍼드의 튜토리얼 시스템에 적응을 하느라 옥스퍼드에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하지만, 미국 대학과 비교했을 때 옥스퍼드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널널하고 스케줄에 대한 압박이 덜 했다. 옥스퍼드에서는 충분한 자료 수집을 하고 사색할 시간이 많았다.




옥스퍼드의 튜토리얼 시스템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페이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나의 옥스퍼드의 일상을 쓴 포스팅이다. <옥스퍼드 튜토리얼 (수업)>

http://junstudyabroad.tistory.com/26?category=766606


갑자기 옥스퍼드가 그리워지기 시작한 이유는, 다시 미국 대학으로 돌아와서 바빠지기 시작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번 가을과 봄 학기의 스케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다. 이제부터 바빠진다고 철없이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생활 혹은 환경의 차이가 내 생각의 깊음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학기를 하고 있는 지금, 가을이나 봄보다는 아니지만 나름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6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 8시부터 12시 반까지는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수업을 하고, 1시 반부터 5시 반까지는 인턴쉽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름학기의 특성상 진도를 매우 빨리 나가고, 매주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저녁때는 과제와 자기 주도로 공부를 해야한다. 하루도 공부를 하지 못하면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 밖에도 준비해야 하는 프로젝트나 졸업 후 대학원 준비, 또 다른 인턴쉽 계획, 지금 하고 있는 인턴쉽에서도 학점을 따려면 헨드릭스가 내준 과제도 해야 하고, 가을학기부터 해야할 연구도 준비를 해야한다. 바쁘면 좋기는 하다. 하루하루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 좋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이 없다. 지금 수업에서 공부하는 과목이든, 다른 주제든.... 


학기가 시작하면 미친듯이 바빠질 것이다. 4학년의 모든 수업은 과학 수업으로 꽉 차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실험실 수업이 많다. 주 3시간 강의에 3시간 실험이 의무인 것이다. 다른 학점제도 특성상, 실험실 수업을 들으면 4학점을 부여하지만 (18학점 제도에서), 헨드릭스는 4학점 제도이기 때문에, 체육이나 개인 음악 수업을 제외하고는, 수업 하나당 1학점이다. 주 3시간 강의수업만 있는 경제수업과 주 6시간 강의+실험실 수업의 수여학점이 같은 것이다. 이 부분이 헨드릭스에서 좀 힘든 점이다... 아무튼, (봄학기가 조금 더 낫지만) 4학년 때는 거의 아침 8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수업, 연구, 일 등을 해야한다. 아침 일찍은 당연히 운동을 해야하고, 저녁 때는 과제를 해야겠지... 미국 대학도 학생이 상당히 열심히 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과제도 많이 내준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과제를 꼭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옥스퍼드를 다녀와서 과제에 대한 반감이 좀 더 강해졌다. 자기관리를 잘 하면서 학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런 빡빡한 스케줄 안에서는 생각과 사색을 하기가 힘들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마감'이라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달력의 많은 부분이 에세이나 과제 마감으로 가득 차 있다면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가끔은 널널한 기분으로 독서도 하고 과학 에세이도 읽으면서 생각을 하거나, 강의실에서 배운 것에 대해서도 과제를 넘어 추가적으로 자료조사를 하고 생각해보고 싶지만 스케줄이 허락해주질 않는다. 




반면 옥스퍼드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아주 많았다. 매주 가야하는 수업은 단 하나, 격주로 수업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에 에세이 작성과 자료 조사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많은 자료를 비교하면서 견문을 넓혀갈 수 있었다. 진짜 공부 할 맛 나는 곳이었다. 뭔가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때까지 내가 들었던 어떤 수업에서보다 깊은 생각을 이곳, 옥스퍼드에서 했다. 물론 튜터들이 예리한 질문으로 날 자극해준 것도 생각의 깊음과 더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동기부여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이 환경이 특히 역사와 철학에서 빛을 발했다. 역사는 책을 서술한 사람에 따라 주장이 달라지고, 철학은 한 문장 한 문장 많은 생각을 하면서 봐야한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보면서, 저자들의 생각과 주장을 비교하며 나만의 역사적 견해를 형성해 나갔고, 철학에서는 매우 난해하고 복잡한 사상가들의 이론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결국에는 이해하는 기쁨을 맞았다. 즐거운 공부였다. 그쪽에서 조금만 더 공부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다.




<미국 대학 생활을 하며 배운 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국 대학생들은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관리에도 능하고 열심히 한다. 나도 열심히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4학년으로 올라가는 지금,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하면서 시간관리에도 많이 능숙해지고, 많은 지식을 쌓았다. 2년 전 헨드릭스로 오기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Liberal Arts College>포스팅에서 헨드릭스를 포함한 교양학부 대학에서의 장단점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수업을 좀 어렵게 짜고, 과제가 너무 많고 스케줄이 빡빡하다는 점은 역시 단점이 아닐까 싶다. 주어진 과제를 다 했다고 해서 학생이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기에...


<미국 대학 생활을 하며 배운 점> http://junstudyabroad.tistory.com/40?category=753270

<Liberal Arts College> http://junstudyabroad.tistory.com/18?category=753270


옥스퍼드 대학교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그 프로그램을 지도해주시는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오는 학생들은 다시 미국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어. 거의100% 학생들이 자료조사를 해서 튜터들이 내준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방식에서, 지식을 주입하는 강의실로 돌아오는게 괴로운가봐. 그 공부법이 좋았던 거지." 그때는 단순히 "그야 당연히옥스퍼드 대학교니까." 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학교의 명성 때문이 아니라, 그 공부법이 나를 옥스퍼드를 그리워하게 하고 있다. 졸업을 하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생물학의 지식이 깊어지고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대학원 지원을 거의 마칠 상태일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발전된 '나'로 변할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얼마나 깊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할 수 있을까가 관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