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독일과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부터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시작했다. 카우치서핑이란 말 그대로 (couch 소파 surfing 찾다) 어떤 지역에서 며칠동안 자신의 소파를 제공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 지역을 여행할 때, 요청을 보내고, 그 사람이 받아주면 그 집으로 가서 몇일을 묵는 것이다. 에어비엔비와는 좀 다르다. 일단 무료이며 비영리 단체이고 1990년대에 어떤 미국인 대학생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이 단체를 알게 된 건, 나처럼 유학과 여행을 많이 다닌 사촌누나 덕분이었다. 사촌누나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유럽을 6개월동안 아주 적은 금액으로 여행을 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카우치서핑이었다. 처음에는 여행에서 자금 부담을 줄여보자고 관심을 가졌지만, 갈수록 카우치서핑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 그 나라의 역사, 음식, 사회 인식 등의 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이건 정말 호스텔이나 호텔에 돈을 주고도 못 할 경험이다. 나도 카우치서핑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이것에 대해 자세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파리를 여행할 때도 카우치서핑을 했었다. 그러나 호스트를 구하는 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 첫째로, 파리, 런던, 리스본, 베를린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 호스트를 구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 여행자들이 너무 많아서 그 지역의 호스트들은 하루에 몇 십 통의 요청을 받는다. 그 경쟁률을 뚫고 가려면, 본인은 정말 특별하고 멋있어야 한다… 그리고 카우치서핑 경험자여야 한다. 카우치서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호스트를 구하는 게 더 힘들다. 카우치서핑은 크게 자신이 작성한 프로필과 타인이 작성해준 후기로 구성이 되는데, 후기가 많이 없으면, 호스트의 입장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난 45개의 요청을 보냈는데도, 거절하거나 답이 없었다. 런던에서 파리로 가는 버스를 탈 때까지 계속해서 요청을 보낸 결과, 한 명이 나를 받아줬다. 그 확인 메세지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뻤던 나머지 버스 안에서 소리지를 뻔 했다.. 그 고마운 친구는, ‘오사마’라는 튀니지에서 몇 년 전에 프랑스로 와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튀니지에서 온 또 한 명의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친구들과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어서 저녁 비행기로 파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밤 12시쯤에 집에 도착한다고 한다고 했다. 기차역에서 잠을 잘까 생각하던 나는 당연히 오케이 했다. 이 친구와 헤어질 때도 말해주었지만, 인성에 너무 감동했다. 휴가에서 밤 늦게 돌아와 다음날 아침 일찍 회사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을 받아준 것이다. 너무너무 고마웠다.
밤 12시가 넘어서 그 친구와 만날 수 있었다. 키가 크고 다부진 몸에 낮고 무게 있는 목소리를 가진 친구였다. 옥스퍼드에서 셰익스피어를 공부할 때, 오셀로 (Othello)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주인공의 오셀로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친구였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를 집 안으로 안내해 줬다. 그리고 친절하게 집 구조를 설명해 주고, 거실에 매트리스를 펴서 잠자리를 마련해 줬으며, 먹고 싶은 걸 아무거나 먹으라고 했다. 이 친구… 정말 사람 눈물나게 만든다.. 다른 45명에게 거절당한 상태였고, 몸살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친구의 친절은 지금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좀 푹 자고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난 오사마의 출근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기로 했다.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는, 그 친구에게 나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것이다. 바쁜 친구였기 때문에 일단 잠을 줄이더라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잠자리를 정리하고, 샤워를 해서 그 친구와 같이 아침을 먹었다.
(거실의 식탁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너무너무 편했다!!)
(이 전부가 내 짐이다.... 유학을 마치고 여행을 한 거라... 짐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튀니지 사람들은 예전에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로 직장을 구하러 오거나, 공부를 하러 온다. 그 친구도 그 중 한 명으로, IT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파리에서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는 유럽 곳곳으로 여행을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막 돌아왔지만, 곧 벨기에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끔 물어본다. 어떻게 문화와 언어가 다른 처음 만난 사람이랑 그렇게 친해지냐고. 일단 카우치서핑 멤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여행과 문화교류를 좋아한다. 카우치서핑에서 호스트와 게스트의 관계로 만났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많고, 금방 친해질 수밖에 없다. 오사마가 내 요청을 받아준 이유도, 내가 다양한 국가에서 유학을 하고, 여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오사마의 프로필을 읽고, 튀니지의 문화와 오사마라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에 요청을 보낸 것이었다.
그렇게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오사마는 출근하고 나는 파리의 시내로 향했다.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서 같은 지하철을 탔다. 못다한 이야기는 밤에 다시 하기로 하면서 헤어졌다.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카우치서핑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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