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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카우치서핑 (Couchsurfing)

프랑스 파리 3탄 - 마지막 밤, 튀니지와 알제리 친구들

by 국제방랑청년 2018. 8. 13.

프랑스 파리 여행 셋째날, 역시 오사마의 집 거실에서 잠을 푹 자고 몸 상태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난 이상하게도 가장 편하게 들리는 내 기숙사에서는 잠을 그다지 잘 못잘 때가 많은데,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낯선 사람들 집에 오면 잠을 아주 잘 잔다. 역시 난 방랑자 스타일인가? 이불자리를 정리하고 오사마와 간단하게 튀니지 비스킷과 커피로 아침을 먹은 후, 그는 일하러 가고 나는 파리 시내 구경을 떠났다. 

오늘은 본인 친구들이 온다면서 저녁 때 같이 시간을 보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난 그 시간에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면 되니까 괜찮다면서 이따 집에서 보자고 했다. 시내 투어를 마치고 저녁 무렵에 그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친구들이랑 파리 시내에서 잠깐 놀 것 같은데 너도 올래?"

"그래!"

그리고 바로 친구들과 만났다. 한 친구는 Zak이라는 친구로 알제리에서 온 친구였고, 다른 친구는 Ala라는 튀니지에서 온 친구였다. 오사마와 잭이 친한 친구였고 알라는 잭의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오사마와 알라도 오늘 초면이다.

잭은 신기하게도 백인이었다. 북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흑인이라는 내 나쁜 선입견 때문으로부터 온 놀라움이었다. 알고 보니 알제리에도 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어를 아예 못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대화가 불가능했다.. 알라는 영어에 아주 유창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와 한국에 대해 아주 궁금한 점이 많아서 걷는 동안 계속 질문을 퍼부어댔다. 오늘 처음 만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ㅎㅎ.

나는 이미 가 본 곳들이지만, 그 친구들과 노트르담 성당과 에펠탑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밤에 가 보니 역시 색달랐다. 파리에 다시 온다면 밤에 에펠탑에 꼭 올라가 봐야지...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었다. 9시가 넘었기 때문에 꽤 늦은 저녁이었다. 


오늘도 셰프는 오사마의 룸메이트인 에이맨이었다. Makarouna라는 튀니지 전통 음식을 만들어줬다. 스파케티 요리인데, 닭다리와 여러 가지 야채를 튀니지 특제 소스로 요리한 것이었다. 나는 오늘 거하게 프랑스 요리를 먹고 왔음에도 와구와구 맛있게 먹었다. 이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한 번 해줬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안하다.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았을 때 이런 감정이 생기는 법이다. 

한 번은 내가 오사마에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사람을 받아줄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나도 이번주에는 사람을 받을 생각은 없었어. 여행에서 막 돌아온 데다가 친구들의 방문도 계획되어 있었거든. 근데 너가 보낸 요청을 받았을 때는 그 사실을 까먹고 있었어. 근데 널 받아줘야 겠다고 생각한 건, 너가 많은 곳을 여행하고 탐험해봤다는 게 너무 흥미로워서 얘기를 듣고 싶었거든. 한국 음식은 다음에 만나면 해줘. 지금은 너 이야기 들은 걸로도 충분히 즐거웠거든. 영감도 받았고."

밥을 먹으며 하는 얘기는 흥미로웠다. 역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오사마의 룸메이트인 에이맨과 잭, 알라는 오늘 초면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10년지기 친구처럼 대화하고 있었다. 

"너네들은 참 친화력이 좋구나? 처음 만난 사람과 마치 오랫동안 친구인 것처럼 대화하는 걸 보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Zak, 나, Ala, Oussama, Amen)

"북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다 친구처럼 느껴져. 우리는 문화적, 역사적 공통점이 너무나 많거든. 종교도 무슬림으로 같고 음식과 언어도 비슷해.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쓰지. 우리는 옛날부터 하나였어. 로마제국과 오스만 제국으로 말이지. 지금은 근대시대때 열강들에 의해 갈라져서 그렇지 우리는 아직 하나로 생각해."

"한국하고 좀 비슷한 면이 있구나. 그럼 너희도 언젠가 통일되기를 원하니?"

"물론이지. 가까운 시일에 통일 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되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통일이 되면 세계에서 3번째로 힘센 나라가 될걸? 미국과 중국의 다음으로 말이야. 우리들은 다 형제 자매들이야."

우리는 서로의 통일을 염원하며 건배했다. 그 친구들은 종교적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음료수로 건배했다. 정말 즐거웠다. 이렇게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으니.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려면 그 사람의 과거를 아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들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서 배우면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며 마지막 밤을 즐겼다. 

넷째날. 벌써 파리를 떠날 날이다. 어느 때와 같이 아침을 먹고, 모든 짐을 챙기고 오사마와 같이 집을 나섰다. 그리고 전철역에서 서로 고맙다고 말하면서 서로를 포옹하고 헤어졌다. 지금도 그와 친구들에게는 고마운 감정밖에 없다. 아,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서로의 모험에 대해서 공유하자면서 페이스북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