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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카우치서핑 (Couchsurfing)

취리히 카우치서핑 3

by 국제방랑청년 2019. 6. 3.

완전 늦잠잤다. 아침 10시에나 일어난 것 같다. 장시간 버스에 못하는 술까지 마셨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이상하게도 남의 집에서 더 잘잔다. 익숙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 잘 자는 것 보면 나도 역시 방랑자인가보다.. 물론 방학 때 한국에서도 잘 자지만, 미국 기숙사에서는 숙면의 질이 좋기는 해도 길게는 못잔다. 잠을 충분히 자야 집중이 잘되는 체질이기에 8시간은 자려고 노력하지만 내게 충분한 수면 시간을 줘도 6~7시간 정도 밖에 못자고, 더 못 잘 때도 많다.

학기중에는 수업 때문에 신경이 너무 곤두서서 그런 것 같다. 여행할 때처럼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좋을 텐데 학기중에는 그게 힘들다. 그래서 나한테 여행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마음이 단지 편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여행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삶의 밸런스를 찾고 있다. 

취리히 시내 가는 길

씻고 거실로 나가보니 11시 반 정도가 되어있다. 산드라는 벌써 일어나서 어떤 자료를 읽고 있었다. 곧 선거가 있을 거라서 후보들의 프로필을 읽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는 민주주의 사회다. 스위스 국민들은 연간 5회 정도의 행정 담당자 선거, 각종 국민 투표 등 선거를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너무 투표에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투표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호등 시스템 개선 등 사소해 보이는 문제까지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고 하니 굉장히 민주적인 셈이다. 이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산드라 주변 친구들도 별 정치이슈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산드라는 꼼꼼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지만. 얘기를 하다가 산드라가 일본어에 관해 질문이 몇 가지 있다고 해서 몇가지 가르쳐줬다. 집에서 몇 일간 신세지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난 독일어에 대해서도 조금 물어봤다. 재밌는 언어 교환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준비하고 시내로 나가서 세일리아와 만나 밥을 먹었다. 내가 스위스 전통 음식점에 가자고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서.. 난 두 사람의 추천을 받아 스위스 소세지와 감자를 먹었다. 그리고 셋이서 잠깐 시내 구경을 했다. 스위스 시내에는 거의 3~400미터에 한 번씩 분수가 있다. 맑은 분수는 이곳 스위스 시민들의 쉼터다. 물도 한 컵 마시고 더위를 잠시 피해간다. 가끔은 물에 타먹을 수 있는 딸기맛 액기스 같은 게 있어서 달콤함 또한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스위스 전통 음식을 맛봤다! 비싼 만큼 맛있다.

딸기맛 액기스. 누구나 맛을 볼 수 있도록 바닥에 놓여 있다. 완전 꿀맛...
음료를 즐기고 있는 산드라와 세일리아 ㅎㅎ

세일리아는 남자친구를 데디러 가고 산드라가 시내 관광을 계속해서 시켜줬다. 취리히 공과 대학(아인슈타인이 공부한 곳 말고 다른 곳.... 아쉽..)에서 아름다운 취리히 시내 경치를 감상하고, 투명한 취리히 호수에 발을 담갔다. 난 호수가 정말 좋았다. 야생 오리와 백조들이 수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을 동시에 보고 있으니, 마음이 다 편안해졌다. 내일 다시 찾아와서 보트를 타기로 했다. 

취리히 대학에서 내려다 본 취리히 시내 모습.
취리히 시내 모습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산드라.
귀여워...

세일리아 남자친구인 케빈과 넷이서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한번 스위스의 어마어마한 물가에 충격을 받는 순간이었다.. 무슨 한끼 먹는 데 한 사람 당 7만원이 넘누... 아 진짜 스위스에서 오래 여행 못하겠다 ㅋㅋㅋㅋ 다음에 여행을 할 때는 알프스 등산으로 와야할 것 같다. 그래도 고마운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우리는 주물럭과 국물 종류를 시키고 막걸리를 시켜서 건배를 했다. 먼땅 스위스에서 외국 친구들과 마시는 막걸리. 유독 더 시원하다. 지인을 통해서 학교에서 만난 외국인이 아닌, 카우치서핑에서 이렇게 만난 외국 친구들과 문화를 공유하니 더 남다르고 특별하다.

세일리아 커플과 빠이빠이를 하고, 산드라와 나는 취리히의 야경을 보러 갔다. 개인적인 인생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친해졌다. 이렇게 생판 몰랐던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더 많고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비밀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사람한테 내 비밀을 말한다고 해서, 내일 모레면 헤어질 친구가 무슨 나쁜 영향을 끼치겠는가?

가끔은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얘기를 할 때보다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막힘 없는 대화를 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얻을 때도 있다. 특히 산드라는 밝고, 에너지 넘치고 지적인 친구여서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씩 메세지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와인바에서 둘째날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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