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리버럴 아츠 칼리지
  • 헨드릭스 대학교
  • 헨드릭스 캠퍼스에 있는 분수와
유럽 여행/카우치서핑 (Couchsurfing)

취리히 카우치서핑 2

by 국제방랑청년 2018. 12. 24.

시내까지는 산드라의 어머니가 차로 태워다 주셨다. 시간이 없어서 직접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지만, 모험과 배움을 즐기는 흥미로운 분이란 건 확실하다. 요트 자격증이 있어서 산드라가 고등학교 때, 카리브 해를 요트만으로 3개월 동안 항해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요트로 세계일주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도 요트로 카리브해든 태평양이든 항해해봤으면..

한 펍에 도착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먼저 놀고 있었던 산드라의 친구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역시 스위스인들은 언어 능력자다.... 영어는 기본으로 한다 (다들 잘한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스위스식 독일어를 사용하지만 이 친구들에 의하면 영어는 거의 다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한국을 떠나면 영어는 "기본"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서로의 문화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산드라와 친구들은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는 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했다. 게다가 친구 중 한명이 한국과 이탈리아 혼혈이었는데 (이름은 세일리아),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몰라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내 뒤에 있는 사람이 산드라, 그 맞은 편 친구가 세일리아다.)

먼저, 술집 문화다. 스위스에서도 역시 병맥주를 즐긴다. 맥주를 살 때 이 친구들은 라운드별로 내는 것 같다. 첫 라운드는 내가 사고, 다음 라운드는 다른 사람이 사고... 그래서 한 라운드씩 맥주를 샀는데.. 스위스의 물가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흔한 병맥주 하나가 무려 7 스위스 프랑크.. (한화 8천원)... 교통비, 입장료, 레스토랑 전부 다 비싸다.. 프랑스에서 돈을 좀 아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연애문화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했다. 이 친구들의 의견인지, 많은 스위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을 "아시아의 이탈리아"로 묘사했다. 남자들이 자상하고, 친절하고, 옷도 잘 입기 때문이라고 한다. ㅎㅎ 케이팝의 영향은 아닌 것 같고 그 친구들이 듣고, 직접 만나본 한국인들에게서 온 인상인 것 같다. 난 스위스 사람의 인상에 대해서 별로 해줄 얘기가 없었다.. 한국이나 미국에 있을 때 난 친구들과 스위스 사람들의 인상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위스 사람들의 인상이 아니라, 연애에 관한... 스위스에서는 쿨하게 틴더 같은 데이팅앱으로 많이 연애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연애.. 미국에서도 데이팅앱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Arkansas 다소 보수적)에서는 그다지 건강한 연애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무론 큰 도시에서는 흔히 사용한다. 또 스위스는 캔톤(canton)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국가인데, 스위스에서는 (지역감정보다는) 지역을 많이 따진다고 한다. 다만 한국처럼 영호남 갈등정도까지는 아니고 각 지역의 사투리를 서로 놀리는 정도라고 한다. 

(디저트!)

(이게 바로 비싼 맥주! 스위스산이다.)

음식도 좀 시키고, 맥주도 2~3병째 마시고 있을 무렵, 세일리아의 남자친구(케빈)가 살짝 술취한 채로 도착했다. 재밌는 친구여서 분위기가 업되고, 몇시간을 그렇게 놀다가, 그 친구가 일하는 <Freitag>라는 유명한 가방 체인점에 햄버거와 맥주를 사들고 가서 옥상에서 놀았다.. (햄버거도 무쟈게 비싸다.. 11스위스 프랑크.. 한화로 무려 12000이 넘는다.. 맛은 있었다 ㅋ) 난 가방 브랜드를 잘 몰라서 한국에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스위스에서는 꽤 유명한 모양이다. 들어가서 가방을 좀 보여줬는데, 디자인은 확실히 예쁘다. 몇 시간 전까지는 이렇게 유명한 가방 체인점 옥상에서 이렇게 맥주와 햄버거를 먹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ㅋㅋㅋ. 이래서 여행이라는 건 재미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

케빈은 내일 일을 해야 하고, 오래 놀아서 다들 좀 피곤했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산드라와 나는 내일 취리히 호수에 가서 놀기로 했는데, 세일리아와 내일 스위스 전통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고, 남자친구까지 4명이서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산드라와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좀 더 하다가 잠들었다. 다소 늦은 시각에 스위스에 도착해서, 짧은 시간에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웠다. 스위스 카우치서핑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첫날부터 들었다. 올리언즈에서 파리를 거쳐 취리히까지 11시간의 장정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술까지 마시니 정말 피곤했다..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