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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일상

여름학기, 인턴쉽 끝

by 국제방랑청년 2018. 8. 11.

오늘부로 여름학기와 인턴쉽이 모두 끝났다. 너무 홀가분하다. 이제부터 약 10일 뒤에 가을학기가 시작되는데, 그 동안은 내 나름대로 준비를 하면서 편히 쉴 수 있다. 그 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로 뭘 본다거나, 밀렸던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 좋다. 


난 부지런하게, 스마트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사실은 게으르기 때문에 바쁜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이 너무 널널하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그래서 나한테는 바쁜 기간과 한가한 기간이라는 균형이 필요하다. 바쁜 시간을 열심히, 다소 큰 후회 없이 보내고 맞는 이 널널한 기간이 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배우는 걸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비싼 학비를 내며 시험으로 내 실력을 평가받는다는 걸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름학기 같은 경우는 단기간에 많은 단원을 배웠기 때문에 기말고사가 좀 더 부담이 되긴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주는 공부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기말고사 기간에 항상 나를 찾아오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동기부여와 집중력 저하다. 기말고사 기간 정도가 되면 이때까지 많은 정보를 흡수했고, 수업에도 좀 질리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지친다. 이와 같이 피곤한 상태에서 이번 주에 배운 단원을 복습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와 실험실 수업을 모두 복습해야 한다고 하면 지금 생각해도 정말 막막하다.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지만 역시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집중이 잘 되는 몇 시간을 이용해서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서 아침에 기말고사를 봤다. 평소에 공부를 꾸준히 해두었기 때문에 기억나는 게 많아서 결과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기말고사 결과 따위에는 신경쓰고 싶지 않다. 일단 끝났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홀가분하다.

낮 12시에 기말고사가 끝났다. 끝나고 오랜만에 재밌게 놀았으면 좋았겠지만 수업을 들었던 주립대학교의 기숙사 체크아웃을 하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헨드릭스 기숙사에 체크인을 해야 한다.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는 헨드릭스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앞으로 1년간 쓸 방의 열쇠와 서류를 받아온 후, 자전거도 반납해야 하고, 짐도 2시간만에 싸서 방 청소를 하고, RA에게 체크아웃을 받아야 한다. 


간단히 땅콩잼과 블루베리잼 샌드위치를 먹은 후 정신없이 일을 해서 제시간에 체크아웃을 하고 친구와 모든 짐을 헨드릭스로 옮겼다. 난 차 없이 자전거로만 다닌다. 그래서 이렇게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차가 있는 친구들에게 항상 부탁해야 한다. 다행히 거의 대부분의 미국 친구들은 차가 있기 때문에 1시간 정도만에 짐을 모두 옮길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나중에 밥이라도 사야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짐을 싸는 것보다 새집에서 가구와 짐 재배치 하는 것이 더 오래 걸리고 힘들다. 이 일을 하기 전에, 나에게 간단한 상을 주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다. 난 햄버거를 거의 안 먹는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1년에 몇 번씩 햄버거가 굉장히 당길 때가 있다. "오늘은 기필고 먹고 말리라"라고 다짐하고 자전거를 타고 버거킹에 가서, 치킨버거와 불고기버거세트를 구매해서 사왔다. 요 몇 주간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ㅎㅎ.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티비를 보며 햄버거 먹방을 하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11시 반이 넘었다. 샤워를 하고나서도 몸은 굉장히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아서 블로그를 하나 포스팅하고 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