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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카우치서핑 (Couchsurfing)

스위스 취리히 카우치 서핑 (4)

by 국제방랑청년 2019. 6. 4.

또 늦잠을 자고 말았다... 아직도 피곤한데다가 남의 집에서 잘 자는 방랑자 체질 때문이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 나가니 오전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산드라는 역시 미리 일어나서 준비가 된 상태였다. 다음부터는 호스트가 일을 나가지 않더라도 알람을 맞춰놓고 자는 걸로... 

아침 메뉴는 시리얼이다 ('이것도 보나마나 비싸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시리얼을 먹으며 산드라의 룸메이트인 케빈과 잠깐 얘기를 할 수있었다. 케빈은 미국 플로리다 출신에 스위스로 귀화한 청년이다. 현재 취리히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이다. 스위스 남성 시민 또한 군대에 가야 하고, 나도 수업을 듣는 대학생이었기에 많은 얘기를 나눴다. 군대 같은 경우에는 한국과는 다르게 6개월만 복무하면 된다는 것 같았다.

6개월을 몰아서 복무할 수도 있고,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몇 일, 혹은 몇 주씩 나눠서 복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케빈은 대학과 군복무를 병행하고 있다. 대학 수업 체계또한 많이 달랐다. 미국, 한국과 같이 A,B,C,D로 뚜렷하게 성적이 갈리는 걸 중요시 하지 않는다고 하고, pass만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무지하게 어렵다고 한다.

케빈과 얘기가 끝나고 산드라가 나에게 엽서를 내밀면서 물었다.

"이거 내가 전 한국인 게스트에게서 받은 엽서인데, 한국어로 되어 있어. 번역좀 해줄래?"

"그래, 그렇지 뭐. 근데 왜 그 사람은 카우치서핑을 사용했다면 영어를 할 줄 알텐데 왜 한국어로 써서 보낸 거야...?"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나를 골려주려고 그런 거 아닐까? ㅋㅋ 너가 한 번 읽어줘."

"하하 그래."

읽어봤더니 산드라네 집에서 보름 정도 머물렀던 사람으로부터였다.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두 사람과 시간을 많이 보내서 너무 고맙다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다른 게스트에게도 친절했던 산드라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카우치서핑은 단기로 이용을 많이 한다. 3~5일 정도. 난 아직까지 그래 본 적은 없지만, 길면 몇 달까지 지내는 사람들의 경우도 들어봤다. 아마 적은 비용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이지 않을까 싶다.

카우치서핑 여행은 정말 혁명적이다... 꼭 도전해보시길.

민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호스트의 입장에서는 좋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가 본인의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주면서, 몇 년간 살아왔던 도시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면서, 그 외국인 친구가 해 주는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이런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산드라도 그 중의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역시 나가기 전, 서로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내가 공부법, 일본어 공부에 도움되는 일본드라마, 유용한 단어, 구를 몇 개 가르쳐줬다. 산드라에게 이렇게라도 뭔가 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

Stallikon-Uetliberg라는 곳에,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취리히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타워가 있다고 한다. 어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경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면서 바로 콜을 외쳤다.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한 20분 정도 가야 했다. 내리자마다 소세지와 빵을 파는 트럭이 있었다. 거리음식은 웬만하면 먹어주는 게 나의 여행 방식이기 때문에, 산드라와 기꺼이 소세지를 사먹었다 (스위스 전통 소세지라 역시 비쌈 ㅋㅋ).

등산하면서 냠냠. 정말 맛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서로의 국가와 문화에 대해 얘기했다. 산드라처럼 다른 나라의 문화에 이렇게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정말 드물다. 이런 호기심이 우리를 공부하게 하고 모험심을 자극하여 결국은 그곳에 가게 만든다. 이게 우리가 여행을 하는 큰 동기이기도 하다.

갑자기 앞통수와 뒤통수가 따가웠다.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시외라 동양인이 많이 없는 데다가, 그 적은 동양인 중의 한 명이 키 큰 백인 여자와 단 둘이 다니는 게 눈에 많이 띄었나보다 (산드라는 키가 185로 정말 크다... ).  

타워로 올라가는 데 돈을 따로 내야 했다. 3~4프랑크 정도 했던 것 같다. 올라가보니 취리히와 그 주변 광경이 파노라믹뷰로 펼쳐지면서 엄청난 감동이 몰려왔다.... 알프스 산맥 또한 꽤 잘 보였다. 날씨가 좋으면 더 잘 보일거라고 했다 (지금은 구름이 좀 꼈다) 진짜 이런 데서 살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알프스 산맥
사람들도 사진 찍느라 정신 없다 ㅎㅎ

반대편이다. 해가 나와 있어서 좀 더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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