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늦잠잤다. 아침 10시에나 일어난 것 같다. 장시간 버스에 못하는 술까지 마셨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이상하게도 남의 집에서 더 잘잔다. 익숙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 잘 자는 것 보면 나도 역시 방랑자인가보다.. 물론 방학 때 한국에서도 잘 자지만, 미국 기숙사에서는 숙면의 질이 좋기는 해도 길게는 못잔다. 잠을 충분히 자야 집중이 잘되는 체질이기에 8시간은 자려고 노력하지만 내게 충분한 수면 시간을 줘도 6~7시간 정도 밖에 못자고, 더 못 잘 때도 많다.
학기중에는 수업 때문에 신경이 너무 곤두서서 그런 것 같다. 여행할 때처럼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좋을 텐데 학기중에는 그게 힘들다. 그래서 나한테 여행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마음이 단지 편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여행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삶의 밸런스를 찾고 있다.
씻고 거실로 나가보니 11시 반 정도가 되어있다. 산드라는 벌써 일어나서 어떤 자료를 읽고 있었다. 곧 선거가 있을 거라서 후보들의 프로필을 읽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는 민주주의 사회다. 스위스 국민들은 연간 5회 정도의 행정 담당자 선거, 각종 국민 투표 등 선거를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너무 투표에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투표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호등 시스템 개선 등 사소해 보이는 문제까지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고 하니 굉장히 민주적인 셈이다. 이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산드라 주변 친구들도 별 정치이슈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산드라는 꼼꼼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지만. 얘기를 하다가 산드라가 일본어에 관해 질문이 몇 가지 있다고 해서 몇가지 가르쳐줬다. 집에서 몇 일간 신세지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난 독일어에 대해서도 조금 물어봤다. 재밌는 언어 교환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준비하고 시내로 나가서 세일리아와 만나 밥을 먹었다. 내가 스위스 전통 음식점에 가자고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서.. 난 두 사람의 추천을 받아 스위스 소세지와 감자를 먹었다. 그리고 셋이서 잠깐 시내 구경을 했다. 스위스 시내에는 거의 3~400미터에 한 번씩 분수가 있다. 맑은 분수는 이곳 스위스 시민들의 쉼터다. 물도 한 컵 마시고 더위를 잠시 피해간다. 가끔은 물에 타먹을 수 있는 딸기맛 액기스 같은 게 있어서 달콤함 또한 느낄 수 있다.
세일리아는 남자친구를 데디러 가고 산드라가 시내 관광을 계속해서 시켜줬다. 취리히 공과 대학(아인슈타인이 공부한 곳 말고 다른 곳.... 아쉽..)에서 아름다운 취리히 시내 경치를 감상하고, 투명한 취리히 호수에 발을 담갔다. 난 호수가 정말 좋았다. 야생 오리와 백조들이 수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을 동시에 보고 있으니, 마음이 다 편안해졌다. 내일 다시 찾아와서 보트를 타기로 했다.
세일리아 남자친구인 케빈과 넷이서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한번 스위스의 어마어마한 물가에 충격을 받는 순간이었다.. 무슨 한끼 먹는 데 한 사람 당 7만원이 넘누... 아 진짜 스위스에서 오래 여행 못하겠다 ㅋㅋㅋㅋ 다음에 여행을 할 때는 알프스 등산으로 와야할 것 같다. 그래도 고마운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우리는 주물럭과 국물 종류를 시키고 막걸리를 시켜서 건배를 했다. 먼땅 스위스에서 외국 친구들과 마시는 막걸리. 유독 더 시원하다. 지인을 통해서 학교에서 만난 외국인이 아닌, 카우치서핑에서 이렇게 만난 외국 친구들과 문화를 공유하니 더 남다르고 특별하다.
세일리아 커플과 빠이빠이를 하고, 산드라와 나는 취리히의 야경을 보러 갔다. 개인적인 인생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친해졌다. 이렇게 생판 몰랐던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더 많고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비밀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사람한테 내 비밀을 말한다고 해서, 내일 모레면 헤어질 친구가 무슨 나쁜 영향을 끼치겠는가?
가끔은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얘기를 할 때보다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막힘 없는 대화를 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얻을 때도 있다. 특히 산드라는 밝고, 에너지 넘치고 지적인 친구여서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씩 메세지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와인바에서 둘째날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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